Diary.../사는 이야기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forget-me-not 2006. 12. 20. 12:22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연을 날리기 위해 아이에게 연줄을 잡히고
연을 들고 언덕 위로 뛰어가는 어느 아버지의 높이 쳐든 오른팔과 길게 날리는 연 꼬리는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남자가 손을 흔들자,
그를 알아보고 얼른 자전거 뒷자리에 앉으면서
남자의 허리를 감싸 안는 어느 아가씨가 신고 있는
운동화의 유난히 하얀색은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기 위해
길게 팔을 뻗은 뒤 잘 들어갔는지 궁금하여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어느 주부의
풍성한 뒷모습은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조촐한 결혼식 날
반주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축가를 부르는
신랑신부 친구들의 밝고 힘찬 목소리는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속상한 일이 있어 우울하던 그녀가
같이 있는 친구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마음을 추스르고
밝게 웃는 모습은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값싼 옷인 줄 알면서도 친구의 새 옷을 만지며
"옷감이 부드럽다. 색깔이 곱다, 따뜻하겠다"하고
부러운 듯 말하는 친구의 예쁜 말은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등에 업고 있는 아이가 추울까 봐
손을 뒤로 젖히고 포대기 위쪽 끝을
아슬아슬하게 잡아 올리는 어머니의
애타는 손길은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곧 떠날 기차의 창 밖에 서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안에 앉아 계신 아버지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말하고 손짓하는 아들의
유난히 큰 키는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정용철의 「마음이 쉬는 의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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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에서 즐거움을 찾는 나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는 옴부즈만 밴드 사람들과 서울시음악사랑회의 제5회 정기연주회를 다녀 왔습니다.
홍대입구에 사운드홀릭이라는 클럽에서 3시간 정도의 공연이 있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모두들 바쁜 일에 쫓기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모습이 참 부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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