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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추천] 영화 속 맛있는 이야기 - 이주익 <불현듯, 영화의 맛>

forget-me-not 2021. 11. 19. 17:12

응팔 덕선이 엄마처럼 손이 넘나 큰 엄마때문에

지금 사는 아파트(?) 다른 세대에 장아찌들을 배달(?)했는데 4층아저씨가 선물로 주신 책

 

<불편듯, 영화의 맛> 이주익 지음

새벽 국밥집에서 옛날 영화를 떠올리다

 

 

 

이주익

 

음식을 좋아한다. 역마살이 꼈다. 영화를 무엇보다 사랑한다.
팔자가 아니고는 설명이 안 되는 이유로 이십여 년을 미국, 일본, 중국을 오가며 살았다.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만들고 싶었던 <만추>를 제작하며 가슴 뛰게 하고 눈물 흐르게 하는 이야기의 힘을 새삼 느꼈다.

말도, 생김새도, 사는 곳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좋았다.

<칠검>과 <묵공>은 중국, 일본의 영화인들과,

<워리어스 웨이Warrior’s Way>는 미국, 뉴질랜드의 영화인들과 함께 만들었다.

지금은 러시아, 페루, 아르헨티나의 영화인들과 함께 하는 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음식도 여럿이 함께 먹어야 훨씬 더 맛있기는 했다.
새벽 국밥집, 점심 백반집, 비 오는 주말 국수 한 그릇에 영화 속 인물의 울고 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LA 다이너의 아침 햄버거, 도쿄 지하식당의 라멘 국물,

아르헨티나의 스테이크를 앞에 두고 영화 속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친구와 나눴다.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며 보고 느끼고 공부했던 이야기를 여기 내놓는다.

오늘도 새벽 국밥집에서 예전 할리우드 영화가 떠올랐다.

 

 

알고봤더니 영화제작자셨음 우왕?

책에 사인을 해서 주셨는데

영화 속 음식이야기와 더불어 음식의 기원 비하인드스토리 등 완전 #빠져든다빠져들어 

당연한 뻔한 #음식책 이 아니어서 더 재밌게 봤다

 

추천의 글 (<만추>의 김태용 감독 +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프로듀서)

글을 시작하며
1. 지친 마음마저 따뜻하게 위로한다  -  <변호인>과 국밥 이야기
2. 짜장면은 정말 중국 음식일까  -  <김씨 표류기>와 짜장면
3. 부자들은 뭘 먹고 마실까  -  <맨발의 청춘>과 오렌지 주스
4.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설렁탕
5. 화려하지만 고독한 왕의 수라상  -  <광해>와 왕의 음식
6. 다시 찾아온 메밀의 전성기  -  <메밀꽃 필 무렵>과 막국수 그리고 냉면
7. 남과 북을 하나로 이어 준 음식   - <강철비>의 잔치국수와 <택시운전사>의 갓김치
8. 하정우는 왜 감자를 먹었을까  -  <황해>에서 만나는 배고픔의 해결사
9. 인류 최후의 식량, 옥수수  -  <인터스텔라>와 미래 식량
10. 중국 요리의 진수를 만나는 즐거움  -  <음식남녀>와 중국 음식 변천사
11. 최고의 라멘을 향한 맛있는 여정  -  <담포포>와 일본의 음식 문화 이야기
12. 한중일 만두 삼국지  -  <올드보이>와 15년 동안 먹은 군만두
13. 마피아 영화 속 이탈리아 요리의 매력  -  <대부>의 총과 요리의 하모니
14. 이민자와 하이웨이가 만든 아메리칸 라이프 스타일  -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델리와 다이너
15.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음식  -  <바베트의 만찬>과 유럽의 미식 이야기
16. 세계 미식의 꽃, 프랑스 와인과 요리  -  <미드나잇 인 파리>와 음식의 교양
17. 잊혀지지 않는 치명적인 달콤함  -  <아마데우스>와 <포레스트 검프>의 초콜릿
18. 체 게바라를 따라가며 맛보는 혁명의 맛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와 중남미의 음식 문화
19. 칼로리 풍부한 러시아의 뜨거운 음식  -  <닥터 지바고>와 카페 푸시킨
20. 중동의 맛있는 유혹  -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케밥 그리고 후무스글을 마치며

 

책 속에 소개된 영화들 중 본 영화도 있고, 보지 못한 영화도 있는데

시간이 된다면 책에서 나온 영화들을 다시 보면 느낌이 더더욱 새로울 것 같다.

 

책 추천글을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와 김태용 감독이 썼는데

얼마 전 SM타운 출장을 가면서 아저씨한테 연락해서 책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고

나중에 #맥주?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 연락을 드렸더니 좋다고~?

 

 

어느 나라든 음식 문화에는 ‘컴포트 푸드 comfort food’라는 게 있다. 타지로 나가 고향이 그리울 때나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떠오르는 음식으로, 실제로 이걸 먹으면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소화가 잘되어 몸이 회복되기도 하는 그런 음식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대만 사람 가운데는 우육면을 드는 경우가 많고 홍콩 사람들은 완탄면(雲呑麵)이나 차시우바우(叉燒包)를 자주 찾는다. 중국 본토는 땅이 넓어 지방마다 다른데 대개 어려서부터 흔히 먹던 음식들이 이 부류에 들어간다. 일본 사람들은 우동, 소바, 미소시루에 오니기리를 친다. 미국 사람들에게는 핫도그와 햄버거가 이에 해당하는데 아플 때 가장 많이 찾는 건 치킨 누들 수프라는 조사도 있었다.
_21~22쪽

 

프랑스 요리를 이야기하는 김에 프랑스 사람 이야기를 잠깐 하고 넘어가자. 브리야사바랭 이야기다. 서양 미식을 논하면서 빠질 수 없는 이 사람은 『미식 예찬』이라는 명저와 함께 음식과 관련된 숱한 명언을 남겼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 인지 말해주겠다”라는 말도 그의 잠언이다.
그의 잠언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말은 “조물주는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먹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었고, 식욕으로써 먹도록 인도하고, 쾌락으로 그 보상을 해준다”이다. 우리가 맛있는 것을 먹으며 행복을 느끼는 것이 조물주의 뜻이라는 것은 얼마나 멋진 말인가.
_70쪽

 

미국의 잉여 농산물은 한국 사회의 물가 안정과 식량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한국의 산업 구조를 바꾸어놓는 결과도 함께 가져왔다. 박목월의 시에 나오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구절이나 박재란이 부른 “산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익은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같은 노랫말에서 보이는 밀 농사는 이제 한국인의 생활 풍경에서 사라져 버렸다.
_120쪽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인구가 좀처럼 늘지 않던 유럽에서 감자가 주식에 편입 되면서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영국에서는 늘어난 노동력을 바탕으로 산업혁명이 가능할 수 있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산업혁명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감자가 수행한 혁명적 역할은 철의 그것에 못지않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_140쪽


감자 전분은 불로 뜨겁게 가열하면 투명하게 익는다. 강원도 특산물 감자전이 그렇고 감자떡이 그러하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 한 탕수육 소스를 비롯해서 라조기, 궈바로, 류산슬, 팔보채 등 반짝이는 윤기와 적당한 점도를 지닌 중국 요리는 거의 모두가 감자 전분에게 신세를 진 것이다. 고흐의 작품에 나타난 여럿이 둘러앉아 감자를 먹는 당시 네덜란드 서민의 삶과 ‘찍먹’이냐 ‘부먹’이냐로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한국 젊은이의 생활이 감자로 연결 된다고 생각해보면 은근히 재미있다.
_ 141쪽

 

하정우가 〈황해〉에서 감자를 먹는 게 바로 그런 모습이다. 감자 몇 알을 삶아서 후후 불면서 껍질을 벗겨가며 연신 베어먹는 모습에는 감자의 완성형이 들어 있다. 다른 사람이 정성스레 껍질 벗겨 예쁜 그릇에 담아내면 더 맛있을까? 아니다. 식어버려서 맛이 덜할 것이다. 칼로 먹기 좋게 조각내도 맛은 떨어진다. 열기가 식지 않은 감자의 뜨거운 기운을 손끝으로 느끼며 껍질을 벗겨가며 이빨로 잘라 먹는 게 삶은 감자의 최고봉이 아닐까? 화롯불에 던져 넣어 구운 감자는 재만 조금 털어내면 껍질 채 먹는 게 더 달고 맛있다. 삶은 감자는 하정우가 완성을 했으니, 구운 감자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는 또 뭐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_ 147쪽

 

그런데 우리나라 만두는 두부도 물기를 싹 빼고 숙주나물도 삶아서 물기를 빼고 다져 넣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치를 씻어서 다져 넣는다. 물론 깔끔하게 만들 경우 배추를 삶아 다져 넣기도 하지만, 나는 이 김치를 씻어 다져 넣은 만두가 정말 절묘한 맛으로 거듭났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여기에 고기를 다져 넣으니 그 오묘한 배합으로 국으로 끓여 먹기에 알맞은 만두가 되는 것이다. 고기 육수와도 잘 어울리고, 간장 베이스(우리 국간장)의 국물과도 잘 맞는다. 특히 밀 음식과 쌀 음식의 조화를 부드럽게 중개한다. 떡과 만두가 들어간 떡만둣국이 그러한데, 만둣국을 먹다가 나중에 밥을 말아 먹어도 잘 어울린다. 텁텁한 밀 음식이나 자기 개성이 강한 찹쌀떡과 달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한 멥쌀 떡, 많은 걸 갖추고도 고개를 숙이는 수수한 품성의 한국 만두가 구수한 국물 속에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협주곡은, 김치에 밥 한 덩이가 가세하여 쿼르텟, 퀸텟이 된다.
_205~206쪽

 

한국에서도 ‘서비스’로 주지 않고 제대로 돈을 받는 메뉴로 정해 나름 먹을 만한 군만두를 내는 중국집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집의 군만두도 구워내는 게 아니라 기름에 튀겨 내는 게 대부분이라, 언제부턴가 한국의 군만두는 기름으로 튀겨내는 튀김만두로 정착을 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래서 더 맛있다고 한다면 그것도 진화이자 긍정적 변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아무래도 이게 일손을 덜기 위한 그리고 떨어지는 맛을 감추기 위한 술수에서 나온 퇴행의 결과로 보인다.
_ 215~216쪽

 

프랑스 요리가 본격적인 발전을 한 것은 프랑스 혁명 후에 실직을 한 궁정 요리사들이 밖에 나와 식당을 차리고 신흥 부르주아 계급에게 장사를 하면서라는 게 정설이다. 한 접시씩 요리가 나오는 서빙 방법은 추운 나라 러시아의 풍습을 들여온 것이라고 하는데 확실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 그리고 혁명 전의 궁정 요리는 사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에서 프랑스 왕실로 시집간 카트린 왕비 때부터 본격적인 발전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프랑스 요리는 그러고 보면 이탈리아 요리에도 신세를 진 셈이고 러시아의 영향을 받기도 한 것이다. 원래 문화라는 게 이렇게 주고받으면서 발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_2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