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케이리디온 - 도덕에 관한 작은 책」은 에픽테토스의 「담화록」의 요약본이라 할 수 있는데, 총 5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주제에 대한 짧은 이야기가 나열되어 있어, 글이 장황하지 않고 짤막하여 읽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내용적인 면으로는 이해가 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철학적인 생각이 많이 담긴 부분은 여러 번을 읽어야지만 간신히 그 뜻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민의 주제는 항상 비슷한 것 같다. 삶을 살아갈 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한,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내가 취해야할 행동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에픽테토스는 무관심하게 세상의 것을 대하고(무소유), 네 차례가 올 때 가지 기다리라 하고(인내), 능력에 맞는 자리를 차지하라 한다(겸손). 사실 이론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지 않은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다시 한번 그 내용에 대해 생각하게 함으로써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참맛인 것 같다.
책에는 주인과 노예 소년 이야기가 중간중간 나온다. 책의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책의 후반부를 읽어보니 저자인 에픽테토스가 노예여성의 아들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류머티즘으로 다리도 절었다고 하니……. “이로스만큼 불쌍하고, 걸을 때마다 절뚝거리는, 노예로 태어난, 나 에픽테토스는 신의 친구였네”라는 말로 책이 시작되었는데 후반부를 읽고 나서야 굳이 주인과 노예소년 이야기를 서술하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불우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에픽테토스는 ‘운명적 불행’을 신에 대한 믿음으로 이겨낸 꽤나 긍정적인 사고를 지녔던 철학자였던 것 같다.
‘철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내 머릿속에는 항상 ‘지루함, 난해함’이 떠올랐었다. 하지만 엥케이리디온을 읽고는 철학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지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철학은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 현실속에서 누구나 고민해야할, 또 누구나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학문이 아닐까.
단순히 과제로만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덮고 나서는 뭔가 얻은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동서양고전 과목을 통해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고전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고, 또 고전만의 묘미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기회가 될 때 목록에 있는 다른 서적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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