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y Free Time.../영화

<화양연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 그 곳에 머물러 있다.

forget-me-not 2009. 12. 7. 11:12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 그 곳에 머물러 있다.

1962년 홍콩, 상하이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 두 가구가 동시에 이사를 온다. 무역회사의 비서로 일하고 있는 리첸(장만옥 분)과 그녀의 남편, 그리고 지역 신문의 데스크로 일하는 차우(양조위)와 그의 아내가 그들이다. 리첸의 남편은 사업상 일본 출장이 낮다. 차우의 아내 또한 호텔에서 일하는 관계로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차우와 리첸은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거리에서, 아파트에서, 음식을 사로 나가면서 자주 부딪치게 되고, 더욱 가까워진다.

 

차우는 리첸이 아내와 똑같은 핸드백을 가지고 있으며 리첸은 차우가 남편과 같은 넥타이를 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자신들의 배우자가 자신들 몰래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리첸은 사랑하는 이의 곁을 떠나지도 못한 채 슬픔에 흐느낀다. 차우는 그런 리첸을 위로하며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대학교 2학년때 '영화의 이해' 시간에 '불륜'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정사'랑 '화양연화'를 영화 VS 영화 형식으로 발표했었어요.

당시 파격적인(?) 발표로 호응을 참 많이 얻었었는데요. ㅎㅎ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네요.

화양연화는 왕가위 감독 작품으로 양조위와 장만옥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영화에서의 이들의 첫 만남은 장만옥과 양조위가 방을 구하러가며 스쳐가는 것으로 시작하는데요.
두 부부는 이웃에 방을 얻게 되며 이를 통해 인연이 시작됨을 알립니다.
이웃에 사는 이들로서 주인공들의 우연한 만남으로 인해 무협소설을 좋아한다는 평범한 공통점을 가진 이웃으로서 아주 평범한 만남으로 이어집니다.
이들은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소외된 주인공들은 상대방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나중에 자신의 남편과 부인이 서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서로 필연적이고 같은 처지에 있음을 확인하면서 관계가 진전되는데요..
화양연화에서 왕가위 감독은 연인들의 사랑표현 방식인 정사나 스킨쉽 같은 것을 절제하는듯 보입니다.
불륜이라기보다는 동병상련의 관계로 관객들이 이들의 상황을 이해하게 하고,
그들의 관계가 그들의 배우자들의 불륜과는 달리 진정한 사람임을 보여주려고 했던것 같아요..

이 둘은 연극(?)을 자주 하는데요.
후에 양조위가 싱가폴로 떠나게 될 때를 대비해 연습을 하다가 장만옥은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한채 울게 됩니다.
양조위 어깨에 기대서 장만옥이 흐느끼는 모습....
영화에서 현실로 돌아온 그들은 자신들의 위치가 배우자들의 불륜과 다름없음을 확인하며, 양조위가 싱가폴로 떠나려합니다..
이 부분에서 '화양연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데요.
(그런데 이 노래가 생일축하 노래더라구요 ^^;)

 

화양연화.. 즉,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
그들에게 있어서 화양연화는 그들이 서로 사랑하고 함께한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은 양조위가 벽에 구멍에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진흙으로 막는 장면입니다..
영화 중간에 양조위가 이런 말을 하거든요...
자신의 비밀을 조그만 구멍에 털어놓고 진흙으로 막는다고...
아름다운 한때를 보낸 추억으로서 장만옥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마음속에 묻는거겠지요..
조그만 구멍에 아름다운 한때를 영원히 기억시켜 놓는 것이겠지요..
아무도 모르는 그들만의 비밀스런 추억으로...
화양연화에서 주인공들은 가슴 아프지만 화양연화를 가슴에 묻고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게 됩니다...

화양연화는 화면이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이구.. 화면처리가 느리다고 해야하나..?
영화 전체를 섬세하지만 느린 호흡으로 그려내고 있어요..
주인공들의 애틋함과 절제에서 배어나오는 미묘한 감정들..
역시 왕가위 감독이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Nat King Cole의 'Quizas, Quizas, Quizas'도 이 영화중간에 삽입되어 있는데요..
Nat King Cole의 매력적인 보컬과 영화는 너무 잘 어울렸어요..
그리구 장만옥의 '치파오'를 입은 매력적인 몸매 역시 기억에 남네요..